생노병사(生老病死) 생사해탈(生死解脫)(2)

2018. 2. 28. 09:45성인들 가르침/종범스님법문



생멸이 다 끝나면, 적멸이 즐거움이 된다면, 일체가 적멸락입니다.

태어나는 것도 적멸락, 죽는 것도 적멸락, 오는 것도 적멸락, 가는 것도 적멸락, 적멸락 하나 뿐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대적멸 속에 있는데 스스로 적멸임을 모를 뿐입니다. 왜냐하면 형상을 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미혹입니다. 형상에 집착하니깐 마음이 생멸합니다.

이 미혹과 집착은 생멸이 적멸임을 깨달았을 때 사라집니다.

사성제(四聖諦)는 고(苦), 집(集), 멸(滅), 도(道)인데, 열반을 얻으면 멸(滅) 하나뿐입니다.

삼법인(三法印)은 적정열반(寂靜涅槃) 하나뿐입니다.

본래 생멸이 적멸인데, 그 생멸의 형상을 좇아가서 계속 생사윤회를 하다가 생멸이 적멸임을 마음으로 보고 생사에서 해탈하니까 거기에는 적멸락이 있습니다. 생사고를 걱정하던 싯달타가 생멸이 적멸임을 깨닫고 적멸락을 얻었습니다.

그래서 석가모니입니다.

저도 게송하나 지어 보았습니다.

生而不生(생이불생)

滅而不滅(멸이불멸)

生滅無性(생멸무성)

本自寂滅(본자적멸)

생겼어도 생긴 것이 아니고

없어졌어도 없어진 것이 아니다.

생멸이 자성이 없어서

본래 스스로 적멸이다

雖然如是(수연여시)

本自寂滅(본자적멸)

是箇甚麽(시개심마)

看之看之(간지간지)

비록 그러하기는 하나

본래 스스로 적멸한 것

이것이 무엇이냐?

보고 보아라 !

자체성이 없기 때문에 물이 어름이 되지만 얼음이 물 밖의 것이 아닙니다.

물이 얼었다고 해서 물이 달라진 것이 아니고, 얼음 자체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을 불생(不生)이라고 합니다. 또 얼음이 얼어도 물이고 녹아도 물입니다. 이것이 생멸이 적멸인 것입니다.

간단합니다. 얼어도 물이고 녹아도 물입니다. 얼음이 생겼다고 해서 물이 생긴 게 아니고, 얼음이 녹았다고 해서 얼음이 없어진 게 아닙니다. 그냥 물일 뿐입니다.

생겨도 생긴 게 아니고 없어져도 없어진 게 아니니 생멸 자체가 자체성이 없습니다. 그래서 본래 스스로 적멸입니다.

이것이 부처님이 깨달으신 세계입니다.

그렇지만 본래 스스로 적멸한 이것이 무엇이냐?

말만 들어서는 해결되지 않고, 본래 스스로 적멸한 것을 내 눈으로 직접 봐야 합니다. 이것이 공부이고 수행입니다.

부처님이 다 가르쳐 주셨는데, 우리가 보지 못하고 이루지 못하는 것입니다. 부처님은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도 처음 하셨기 때문에 위대하시다고 하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의식주만 걱정하고, 재산,권력, 명예만 탐하는데, 부처님은 그 모든 것을 버리고 생멸이 적멸임을 깨달으셨습니다. 하늘을 메우는 법을 알아냈다든지, 땅을 만드는 법을 알아냈다든지 하는 것이 아닙니다.

깨달음을 마음으로 여실하게 본 것입니다. 본래 생멸이 적멸이기 때문에 그것을 본 것입니다. 그것이 생사해탈입니다.

그러면 우리가 부처님처럼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첫째, 믿어야 합니다. 믿는다는 것은 수순(隨順), 즉 마음으로 따르는 것입니다.

생멸이 적멸임을 믿고, 생사가 본래 생사가 아님을 믿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미혹해서 모릅니다. 눈 가려지면 콩깍지가 씌었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은 다 보는데 나만 보지 못하는 것처럼, 미혹과 탐욕이 생겨서 자꾸 밖으로 구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제행은 무상해서 구해 보았자 다 없어지는 것인데 구합니다.

구하면 없어지고 구하면 없어지는 것을 끊임없이 반복합니다. 참 답답한 일입니다.

만나면 헤어지는데 또 만나고, 만나면 헤어지는데 또 만납니다. 구하면 없어지는데 또 구합니다.

그런데 깨어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것을 각생(覺生)이라고 합니다.

그래요, 그래서 이제는 도를 닦습니다. 도를 어떻게 닦느냐?

모든 물질을 지혜를 틔우는데 투자합니다.

모든 소유한 것을 지혜를 닦는데 쓰는 것을 회향(廻向)이라고 하는데, 그것이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입니다.

그래서 생사없는 지혜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금강경>에서 '삼천대천세계에 칠보를 보시는 것 보다 <금강경> 한 구절을 익히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합니다.

깨달음의 지혜를 구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그것을 믿고 마음으로 따르면서 자꾸 닦으면 마음의 눈으로 보게 됩니다. 그것이 깨달음입니다. 그러면 생멸고가 적멸락이 됩니다. 생로병사를 하나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생사해탈이 되는 것입니다. 털끝 하나도 움직이지 않고 생사해탈이 되는 것입니다.

"생로병사가 무엇이냐?"

"아야 ! 아야 !"

"생사해탈이 무엇이냐?

"아야 ! 아야 !"

                                                   -종범스님의 법문집<오직 한생각>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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