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차림(2)

2017. 12. 23. 23:27성인들 가르침/불교 교리 일반


알아차림이란 무엇일까요?

알아차림이라는 것은 해탈로 가는 표입니다. 수행은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근기를 가지고 합니다. 저마다의 근기에 맞는 수행방편을 우리는 팔만사천법문이라고 말합니다. 많다는 뜻으로 사용되는 팔만사천법문을 줄이면 37조도품이고, 다시 이것을 줄이면 팔정도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이 팔정도를 줄이면 계정혜 삼학이고, 계정혜 삼학을 줄이면 오직 알아차림 하나라고 거듭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므로 알아차림은 팔만사천법문을 하나로 줄인 것이므로, 알아차림 하나만 있으면 팔만사천법문을 관통하게 됩니다. 알아차림이란 표가 있으면 나고 죽음이 없는 기차를 타고 떠나며, 알아차림이란 표가 없으면 나고 죽음이 반복되는 공동묘지로 갑니다.

여러분 ! 알아차림이 있는 대상을 주시하는 것이 선한 행위입니다. 알아차리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 선한 행위입니다. 마음에 의도가 있어서 행위를 하고, 이런 행위가 업이라고 하며, 깨어서 알아차리는 것이 선업입니다.

대상을 알아차리면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없어 계율을 지키고 고요함과 지혜가 열려 이것이 선한 행위입니다.

알아차림이 있는 선한 행위는 반드시 선한 과보를 받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조건이며, 이것이 바로 원인과 결과입니다. 알아차림이 없는 선하지 못한 행위는 불선업이며, 불선업은 반드시 선하지 못한 과보를 받습니다.

알아차림은 대상을 받아들여서 번뇌의 불을 끄므로, 먼저 자신이 이롭고 남에게도 이로움을 줍니다. 번뇌의 불을 끈 자는 자애가 일어나고 이 자애가 넘쳐 상대를 편안하게 하므로 자신과 남을 함께 돕게 됩니다.

알아차림은 바라고 없애려 하지 않는 비작용적인 행위라서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은 것입니다.

알아차림은 대상을 단순화시켜 번뇌를 무력하게 하고, 평등심이 생기게 하여 지혜가 나도록 합니다.

알아차림은 답을 얻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고, 단지 대상이 있어서 알아차리는 것일 뿐입니다. 답을 얻으려는 목적으로 대상을 알아차리는 것은 흙탕물을 없애려고 다시 흙탕물을 끼얹는 것과 같습니다.

알아차리는 것도 마음이 하고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도 마음이 하는데, 이 두 가지 중에 선택은 오직 자신의 마음이 합니다. 알아차림은 현재의 마음을 알아 차리고, 몸과 마음이 긴장을 푼 뒤에 대상을 정확하게 겨냥해야 합니다 한번이라도 대상을 정확하게 겨냥하게 되면 두 번 세 번 계속할 수 있게 되어 바른 알아차림을 지속할 수 있습니다.

대상을 정확하게 겨냥한다는 것은 대상을 억지로 붙잡는 것이 아니고 마음을 모아 오롯하게 대상에 보내는 것을 말합니다. 마음을 대상에 보낼 때는 과녁을 향하듯이 정확하고 가볍고 부드럽게 해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마음을 대상에 보낼 때는 지혜를 함께 보내야 하는데 지혜로 대상을 아는 것이 팔정도의 정사유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정사유는 생각하는 것을 말하지 않습니다. 대상에 마음을 보내 지혜로 아는 것을 정사유라고 말합니다.잘 하려고 하는 노력이 지나치면 긴장을 하게 됩니다. 마음이 긴장을 하면 대상을 겨냥하기가 어렵습니다. 지나친 노력은 탐욕이라서 들뜨게 되므로 잘하려는 마음, 긴장하는 마음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대상은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이며, 통증, 졸림, 망상, 선심, 불선심 이런 모든 것들이 다 수행자가 알아차릴 대상입니다. 우리가 수행을 하면서 알아차릴 대상이 많아도 혼란을 느끼는데, 결코 혼란을 느껴서는 안됩니다. 나타난 것들은 모두 대상입니다. 대상이 아닌 게 없습니다. 어느 의미로 통증, 졸음, 망상, 가려움, 하기싫음, 이런 것들이 대상으로 나타났을 때는 알아차릴 대상이 많이 생겨서 수행자에게는 기쁨이라고 알아야 합니다.

대상이 많은 것은 결코 나쁜 것이 아닙니다. 알아차릴 대상이 많다는 것은 수행자가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무료함에서 벗어날 수가 있습니다. 알아차릴 대상이 아무리 많아도 대상이 가지고 있는 속성은 같은 것이므로 모두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입니다.

우리가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노력이 뒤따라야 합니다. 노력 없이는 결코 알아차릴 수가 없습니다. 수행을 한다는 것은 먼저 선한 노력을 하는 것입니다. 노력에 의해서 알아차림이 있고, 알아차림에 의해서 집중이 됩니다. 노력이 없이는 알아차림도 없고 집중력도 키울 수 없습니다. 노력은 장애를 극복할 수 있고, 뿐더러 몸과 마음이 극한 상황이 될 때 버팀목이 되는 수단입니다.

수행자는 알아차림을 시작하는 노력을 해야 하고, 알아차림을 지속하는 노력을 해야 하고, 알아차림을 통해서 법을 아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물론 노력이 지나치면 들뜨고 알아차리기 어렵습니다. 어떤 특별한 것을 성취하려는 노력이 아니고, 긴장하지 않고 들뜨지 않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묘원 스님(사단법인 상좌불교 한국 명상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