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0. 29. 12:42ㆍ성인들 가르침/반야심경 관련 법문
색불이공 공불이색 색즉시공 공즉시색 (色不異空 空不異色 色卽是空 空卽是色)
이제부터 <반야심경>에 나타난 공(空) 사상의 본격적인 법문이 시작됩니다.
'색불이공 공불이색 색즉시공 공즉시색(色不異空 空不異色 色卽是空 空卽是色>'은 서론의 핵심사상인 '조견오온개공'의 이치보다 자세하고 극명하게 나타내 주고 있습니다.
'색불이공 공불이색'과 '색즉시공 공즉시색'의 의미는 어찌보면 비슷한 의미인 듯 합니다. 그러나 이 말들이 만약 똑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면, 굳이 반복해서 말장난을 할 필요가 없었을 것입니다.
특히나 <반야심경>의 핵심만을 뽑아 놓은 '심경'에서 말이지요.
앞의 '색불이공 공불이색'은 모든 <반야경>에서 공의 이해를 위해 자주 사용되는. '불(不)이라는 부정의 단어로 표현하고 있으며, 뒤의 '색즉시공 공즉시색'은 '즉(卽)'을 통해 긍정의 논리를 펴고 있습니다.
또한 '색불이공 공불이색'은 시간적 관점의 연기법과, 색이 공과 다르지 않다는 제행무상을 설명했으며,
'색즉시공 공즉시색'은 공간적 관점의 연기법으로써 제법무아의 입장에서 법의 실상을 설명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두 논리의 차이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하기 위해 화엄의 '사법계(四法界)'를 잠시 빌린다면, '색'은 사법계(事法界)를, '공'은 이법계(理法界)를, 그리고 '색불이공 공불이색'은 이법계와 사법계의 관계를 연기적으로 설명한 것이고,
색즉시공은 이사무애법계(理事無碍法界)를, 공즉시색은 사사무애법계(事事無碍法界)를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색불이공 공불이색은 이 세계의 본질을 곧장 드러내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전자는 중생들에게 이 세계가 어떤 곳인지를 설명해 주기 위해 연기의 법칙을 통해 색이라는 것이 사실은 공과 다르지 않고, 공에 의지해 색이 생겨남을 설명해 주고 있다면,
후자는 깨달음을 얻고보니 연기법으로 설명할 필요도 없이 눈앞에 드러난 일체제법이 그대로 공임이 곧장 드러남을 뜻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전자는 중생에게 쉬운 방편으로 진리를 설멸하는 측면이 있다면,
후자는 부처의 입장에서 곧장 진리를 드러내는 가르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색불이공 공불이색은 연기법으로 설명함으로써 어느 정도 이해할 수는 있겠지만, 색즉시공 공즉시색 특히 그중에도 공즉시색의 가르침은 우리가 머리로 이해할 수 있는 범주를 넘어서는 것입니다.
깨달음의 안목으로만 확연히 체득할 수 있을 뿐이지요.
이 순서 자체가 쉬운 방편에서부터 점차적으로 근기를 높혀가며 불법의 적적대의(的的大意)를 드러내 주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시간적인 연기법
색불이공 공불이색(色不異空 空不異色)이란, 제행무상 즉 시간적인 연기법의 해석으로 본다면, 지금은 물질들이 제각기의 인연으로 인해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지고 이루어져 존재하는 것처럼 여겨지더라도, 시간적으로 보면 언젠가는 인과 연이 다하여 반드시 멸하는 것이기에 공(空)하다고 보는 것입니다.
즉 지금 내 앞에 있는 시계, 책상, 혹은 내 사랑하는 여인 등의 물질적 색(色)의 존재는 지금은 실재(實在)하는 것처럼 여겨지지만 시간이 흐르게 되면 반드시 인과 연이 다해 멸할 것이 분명하다는 것입니다. 즉 인연생이므로 인과 연이 다하면 사라지기 때문에 고정된 실체라고 생각할 수 없는 것입니다. 공(空)인 것이지요.
이처럼 시간의 관점에서 볼 때 어떠한 물질도 결국은 공으로 돌아 갑니다.
그러나 지금으로써는 색의 특성을 인정하고 , 지금 당장에는 공이 아니기 때문에 부득히 부정의 논리로서 설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색이 공과 다르지 않다는 것은 완전히 같다는 것이 아니라 다만 다르지 않다는 것만 의미하며, 언젠가는 다르지 읺음이 증명될 것이라는 점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空이라는 것은 앞서 언급했듯이 연기를 의미하며, 스스로의 자성(自性)이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색이라는 것은 모두 연기되어진 존재로서 스스로의 자성이 없으므로 공이라는 것입니다.
연기된 모든 것은 실체가 없기에 空합니다. -->다음 회에 계속
-법상지음, 반야심경과 선공부(무한출판사) 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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