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룻배와 행인

2016. 4. 13. 09:20무한진인/無爲閑人 心身不二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얕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 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물만 건너면 나를 돌아 보지도 않고 가십니다 그려.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 알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아갑니다.

나는 나릇배,

당신은 행인.

                                         -만해 한용운 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