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있으므로 세계가 있다

2014. 2. 4. 20:19성인들 가르침/과거선사들 가르침

 

 

안으로 인식하고 분별하는 주관적인 마음이 있으면, 그 즉시 인식의 대상인 밖의 세계도 객관으로 있게 되고, (心有卽有)

주관적인 마음이 없으면 그 즉시 객관의 대상세계도 없게 된다.(心無卽無)

 

그렇다면 세계가 있고 없는 것이 마음을 따라서 성립할 뿐인 이 문제를 모름지기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굳이 이  문제를 스스로 깨닫지 못한다면 자기의 마음을 따라서 있고 없는 세계에 속임을 당할 것이다.

 

이미 마음의 모습인 세계가 자신을 속였다는 것을 알았다면 다시는,

오로지 마음만 있을 뿐, 마음 밖에 따로 실재성이 없는 외부세계에 대하여 집착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리하여 마음의 그림자 뿐인 실재하지 않는 대상세계에서 그것을 분별하고 자기의 주관에 의해서 그 경지를 좋아하고 싫어했던 시비의 마음을 일시에 모두 버린다면, 마음은 대상의 세계를 따라서 집착심으로 머물지 않게 된다.

 

마음이 집착심으로 머무는 대상의 처소가 없으면 분별하는 주관적인 마음이 없게 되고,

이미 분별하는 주관적인 마음이 없다면, 역시 분별하는 마음이 없다는 의식마저도 없게 된다.

 

그리하여 유심(有心)과 무심(無心) 모두가 결국 총체적으로 없게 되면 육신과 마음이라는 상대적인 모습이 없어지고, 

육신과 마음이 다 하였기 때문에 그것이 상대적으로 의존했던 세계와의 대립이 단절하여, 그 모든 세계와 일제히 하나로 통일된 모습이 된다.(一眞法界)

 

나와 세계가 이미 하나의 모습이 되었다면 그 세계는 차별적으로 분별해서 인식할 모습이란 없게 된다.

 

이처럼 절대 평등성인 근본에 합하여 하나의 모습으로 그윽히 합하면 분별이 없는 고요한 세계에서 현실의 상황을 현묘하게 조감하고, 

현실의 상황을 현묘하게 조감하면서도 하나로 합한 경지에서 고요하지 않음이 없다.

 

번뇌가 고요한 하나로 합한 세계를 그 자체로 하였기 때문에

그 자체인 번뇌가 텅 비지 않음이 없으며,

번뇌가 텅 빈 고요한 세계는 다함이 없어서 차별없고 한계없는 진여법계(眞如法界)와 동일한 모습으로 간격없이 소통한다. 

 

진여법계에서 생멸하는 인연을 따라서 일어난 우주만유(法界緣起) 그 자체는 인위적인 조작이 끊긴 자연 아님이 없다. 

그 세계는 인연을 따라서 왔다 해도 인연으로 일어난 그 세계가 바로 진여 법계이므로 실제로는 나오지를 않았고, 인연의 분리를 따라서 사라진다 해도 사라진 것은 인연일 뿐, 그 당체인 진여법계는 아니므로 새삼 따로 사라져 갈 대상도 없다.

또 진여법계는 단정적인 일정한 모습이 없으므로, 마음의 인연을 따라서 일어난 진실과 허망이 그 인연의 분리를 따라서 다하면 다시 법계와 동일한 근원이 된다. 

따라서 그 경지엔 다시 법계와 따로 구별되는 근본이념(宗旨)란 없다.

 

                                                                           -종경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