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꽃

2011. 4. 22. 14:45성인들 가르침/향기로운 시

 

 

~ 이 좋은 봄날,

           김소월 시나 몇편 읍쪼려 볼까나 ~

 

 

- 진달래꽃 -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의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 산유화(山有花) -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 금잔디 -

 

잔디

잔디

금잔디

심심산천에 붙은 불은

가신 임 무덤가에 금잔디.

 

봄이 왔네, 봄빛이 왔네.

버드나무 끝에도 실가지에.

봄빛이 왔네, 봄날이 왔네.

심심산천에도 금잔디에.

 

 

-접동새-

 

접동

접동

아우래비 접동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진두강 앞 마을에

와서 웁니다.

 

옛날 우리나라

먼 뒤쪽의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의붓어미 시샘에 죽었읍니다.

 

누나라고 불러 보랴.

오오 불설워

시샘에 몸이 죽은 우리 누나는

죽어서 접동새가 되었읍니다.

 

아홉이나 남아 되는 오랍동생을

죽어서도 못 잊어 차마 못 잊어

야삼경 남 다 자는 밤이 깊으면

이 산 저 산 옮아 가며 슬피 웁니다.

 

 

-먼후일-

 

먼후일 당신이 찾으시면

그 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후일 그 때에 "잊었노라"

 

 

-못 잊어-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한 세상 지내시구려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리다.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세월만 가라시구려

못 잊어도 더러는 잊히오리다.

 

그러나 또 한껏 이렇지요

"그리워 살뜰히 못 잊는데

어쩌면 생각이 떠나지요?"

 

 

- 길 -

 

어제도 하룻밤

나그네 집에

까마귀 까악까악 울며 새였소.

 

오늘은

또 몇 십 리

어디로 갈까.

 

산으로 올라갈까

들로 갈까

오라는 곳이 없어 나는 못 가오.

 

말 마소 내 집도

정주 곽산

차 가고 배 가는 곳이라오.

 

여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공중엔 길 있어서 잘 가는가.

 

여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열 십 자 복판에 내가 섰소.

 

갈래갈래 갈린 길

길은 있어도

네게 바이 갈 길은 하나 없소.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봄가을 없이 밤마다 돋는 달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렇게 사무치게 그리울 줄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달이 암만 밝아도 쳐다볼 줄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가는 길-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오라고 따라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산-

 

산새도 오리나무

위에서 운다

산새는 왜 우노 시메 산골

영 넘어갈려고 그래서 울지.

 

눈은 내리네 와서 덮히네.

오늘도 하룻길은

칠팔십 리

돌아서서 육십 리는 가기도 했소.

 

불귀(不歸) 불귀 다시 불귀

산수갑산에 다시 불귀

사나이 속이라 잊으련만

십오 년 정분을 못 잊겠네.

 

산에는 오는 눈, 들에는 녹는 눈

산새도 오리나무

위에서 운다

삼수갑산 가는 길은 고개의 길.

 

 

-신앙-

 

눈을 감고 잠잠히 생각하라.

무거운 짐에 우는 목숨에는

받아 가질 안식을 더하려고

반드시 힘있는 도움의 손이

그대들을 위하여 내밀어지리.

 

그러나 길은 다하고 날은 저무는가

애처로운 인생이여

종소리는 배바삐 흔들리고

애꿋은 조기(弔旗)는 비껴 울 때

머리 수그리며 그대 탄식하리.

 

그러나 꿇어앉아 고요히

빌라,힘있게 경건하게,

그대의 밤 가운데

그대를 지키고 있는 아름다운 신을

높히 우러러 경배하라.

 

멍에는 괴롭고 짐은 무거워도

두드리던 문은 멀지 않아 열릴지니

가슴에 품고 있는 명멸(明滅)의 그 등잔을

부드러운 예지의 기름으로

채우고 또 채우라.

 

그라하면 목숨의 봄 둔덕의

삶을 감사하는 높은 가지

잊었던 진리의 몽우리에 잎은 피며

신앙의 불붙는 고운 잔디

그대의 헐벗은 영을 싸 덮으리.

 

 

- 님의 노래 -

 

그리운 우리 님의 맑은 노래는

언제나 제 가슴에 젖어 있어요

 

긴 날을 문 밖에 서서 들어도

그리운 우리 님의 고운 노래는

해 지고 저물도록 귀에 들려요

밤들고 잠들도록 귀에 들려요.

 

고이도 흔들리는 노랫가락에

내 잠은 그만이나 깊이 들어요

고적한 잠자리에 홀로 누워도

내 잠은 포스근히 깊히 들어요.

 

그러나 자다 깨면 님의 노래는

하나도 남김없이 잃어버려요

들으면 듣는대로 님의 노래는

하나도 남김없이 잊고 말아요.

 

 

-하늘 끝-

 

불현듯

집을 나서 산을 치달아

바다를 내다보는 나의 신세여 !

배는 떠나 하늘로 끝을 가누나 !

 

 

-초혼-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여 !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

불러도 주인없는 이름이여 !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

 

붉은 해는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음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음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 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멀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

 

 

-엄마야 누나야-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김소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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