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7. 31. 20:33ㆍ성인들 가르침/과거선사들 가르침
[완릉록]
11. 보리의 마음.
"만약 그렇다면 어느 곳이 깨달음입니까?"
"깨달음은 일정한 처소가 없느니라. 부처라 해서 역시 깨달음을 얻은 것이 아니며, 중생이라 해서 깨달음을 잃는 것도 아니다.
깨달음은 몸으로 얻지 못하며, 마음으로도 구할 수 없는 것이니,
일체 중생이 그대로 깨달음의 모양이니라."
"그러면 어떻게 보리심을 냅니까?"
"보리는 얻는 것이 아니다. 네 지금 얻음이 없는 마음을 내기만 하면,
결정코 한법도 얻을 수 없는 것 그대로가 보리의 마음이니라.
보리는 머물 자리가 없기 때문에 얻을 그 무엇도 없다.
그러므로 말씀하시기를,
'내가 연등부처님의 처소에서 작은 법도 얻을 수 없으므로,
연등부처님께서 나에게 수기하셨느니라'고 하셨다.
일체 중생이 본래 보리이므로,
다시 보리를 얻으려 할 필요가 없음을 명백히 알아야 한다.
네가 이제 보리심을 낸다는 말을 듣고 한 마음을 가지고 배워서 부처를 얻는다고 말하여,오로지 부처가 되려고 한다면,
네가 3대 아승기겁을 닦는다 해도 다만 보신,화신의 부처만을 얻을 뿐,
너의 근본 연원인 참된 부처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것이니라.
그러므로 말하기를,
'밖으로 구하는 모양있는 부처는 그대와는 닮지 않았도다'고 하였다.
12. 수은의 비유.
"본래로 이미 부처일진대 어찌하여 4생과 6도가 있어 갖가지로 형상과 모양이 같지 않습니까?"
"모든 부처님께서는 본체가 뚜렷하여 거기에 더 불어나고 줄어드는 것이 없다.
또한 6도에 흘러들어도 곳곳마다 모두 원만하고, 여러만물이 모두 낱낱이 부처이니라.
이것은 마치 한 덩어리의 수은이 여러 곳으로 나뉘어 흩어졌어도 방울방울이 모두 둥근 것과 같다.
나뉘지 않았을 때에도 한 덩이였을 뿐이니, 이는 하나가 곧 일체요 일체가 곧 하나이니라.
온갖 형상과 모습은 마치 집과 같다.
나귀의 집을 버리고 사람의 집으로 들어 가기도 하고,
사람의 몸을 버리고 하늘의 몸이 되기도 하며,
성문, 연각,보살,부처의 집은 모두 네 자신이 취하고 버리는 곳이니라.
그래서 모든 구별이 있는 것이지만,본래 근원의 성품에는 무슨 차별이 있겠느냐?
13. 무연자비
"모든 부처님께서는 어떻게 자비를 베풀어 중생을 위해 법을 설하십니까?"
"부처님의 자비란 인연이 없기 때문에 큰 자비라고 한다.
사랑함(慈)이란 이룰 만한 부처가 있다는 견해를 내지 않는 것이고,
슬퍼함(悲)란 제도할 중생이 있다는 견해를 내지 않는 것이다.
설하시는 법은 설함도 없고 보임도 없으며,
그 법을 듣는 자는 들음도 얻음도 없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마술사가 마술로 만들어 놓은 인간을 위하여 설법하는 것과 같다.
이러한 법을 어떻게 '내가 선지식으로부터 말끝에서 알아차리고 이해하여 깨달았다'고 말하겠으며,
이러한 자비를 어떻게 마음을 일으키고 생각을 움직여 가지고 배워서 얻겠느냐?
스스로 본래의 마음을 깨닫지 못한 것이라면 마침내 아무런 이익도 없느니라"
14. 정진이라?
"어떤 것이 정진(精進)입니까?"
"몸과 마음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 가장 굳건한 정진이니라.
마음을 일으켜서 밖으로 구하기만 하면,
'가리왕이 사냥 놀이를 좋아함'이라고 부른다.
마음이 밖으로 나다니지 않는 것이 곧 인욕선인이며,
몸과 마음이 함께 없음이 곧 부처님의 도이니라."
15. 무심한 행.
"만약 마음이 없으면, 이 도를 행하여 얻을 수 있읍니까?"
"마음없음(無心)이 바로 도를 행함이거늘,
거기에 다시 더 얻고 말고 할 것이 있겠느냐?
만약 잠깐이라도 한 생각 일으키면 곧 경계이고,
한 생각 없다 하여도 경계이니라.
망령된 마음이 스스로 없어지면 더 이상 쫓아가 찾을 것이 없느니라."
16. 삼계(三界)를 벗어남.
"어떤 것이 3계를 벗어나는 것입니까?"
"선과 악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 자리에서 곧 3계를 벗어나느니라.
여래께서 세간에 출현하신 것은 3계를 부수기 위해서이다.
만약 모든 마음이 없다면 3계 또한 없느니라.
가령 작은 티끌 하나를 100등분 부수어 그 중 99등분은 없애고 한 등분만 남았어도, 대승의 입장에서는 완전히 벗어난 것이 못된다.
100등분이 모두 다 없어야만 대승에 있어서 비로소 잘 벗어났다고 하느니라."
-황벽선사의 완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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