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절로 마음을 잃어버림(自忘心)

2010. 6. 4. 21:11성인들 가르침/과거선사들 가르침

 

[전심법요] 6. 마음을 잊어버림.(自忘心)

 

9월1일 대사께서 배휴에게 말씀하셨다.

"달마스님께서 중국에 오신 이후로 오로지 한 마음만을 말씀하셨고 한 법만을 전하셨다.

또한 부처로써 부처에게 전하실 뿐 다른 부처는 말씀하지 않으셨고,

법으로써 법을 전하시고 다른 법은 말씀하시지 않으셨다.

 

법이란 설명될 수 없는 법이며,

부처란 취할 수 없는 부처로서 본래 근원이 청정한 마음이다.

오직 이 일승(一乘)만이 진실하고,

나머지 이승(二乘)은 참되지가 않다.

 

반야(般若)는 지혜라는 뜻으로서,

모양이 없는 본래 마음이다.

범부는 도(道)에 나아가지 않고

단지 육정(六情,감각의식))만을 함부로 사용하여 육도(六道)에 빠져 방황한다.

 

道를 배우는 사람이 한 생각을 계교하면 곧 생사 마구니의 바닥에 떨어지고,

한 생각이 일어나면 모든 생각이 외도에 떨어진다.

또한 남(生)이 있음을 보고 없음(無)으로 나아가면 성문도(聲聞道)에 떨어지고,

남(生)이 있음을 보지 않고 오로지 없음(無)만 본다면 연각도(緣覺道)에 떨어진다.

 

법은 본시 남(生)이 없으므로

이제 또한 없어짐(無)도 없으니,

이 두 견해를 일으키지 않아서 싫어하지도 좋아하지도 않으며,

일체의 모든 법이 오직 한 마음이어야만

그런 다음에 불승(佛乘,一乘)이 된다.

 

범부는 모두가 경계를 좇아 마음을 내서 좋고 싫음으로 분별한다.

만일 경계가 없기를 바란다면 그 마음을 잊어야 하고,

마음을 잊으면 경계가 텅 비며,

경계가 공적하면 곧 마음이 없어지느니라.

 

만약 마음을 잊지 못하고 경계만을 없애려 한다면,

경계는 없어지지 않으면서 오히려 분잡한 시끄러움만 더할 뿐이다.

그러므로 만법은 오직 마음 뿐이며,

그 마음조차도 얻을 수 없는데

다시 무엇을 구하겠느냐?

 

반야를 배우는 사람이 얻을 만한 어떤 법도 없는 줄 알게 되면,

삼승(三乘,수행)의 의미는 사라지고, 오직 한법(一乘)만 있을 뿐이다.

증득하여 깨달았다고 할 것이 없는 자리인데도

"나는 깨달았노라"고 한다면,

모두가 증상만(增上慢,착각환상)을 내는 사람이다.

 

<법화경>회상에서 옷을 떨치고 나가버린 사람들이 모두가 이러한 무리들이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는 "내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있어서 실로 얻었다 할 것이 없다"고 하셨으니,

그저 묵묵히 계합할 따름이다.

 

범부 중생들은 다만 죽는 순간에 오온(五蘊-정신세계)이 모조리 비고,

사대(四大-물질현상계)에는 "나'가 없음을 본다.

그러나 참된 마음은 모양이 없어서

가지도 않고 오지도 않는다.

 

(육체가) 태어났다고 해서 성품이 (새로)오는 것도 아니고,

(육체가) 죽었다고 해서 성품이 가버리는 것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 원만하고 고요하여 마음과 경계가 한결같다면,

그 자리에서 단박 깨쳐 삼세에 얽매이지 않을 것이니,

이런 사람이 바로 세간을 초월한 사람이다.

 

털끝만큼이라도 나아가려는 의도가 있어서는 절대로 안된다.

만일 모든 부처님께서 맞이해 주시는 것 같은 가지가지 신기한 모습을 보게 될 지라도 역시 마음에 두려움이 없어야 한다.

다만 스스로 마음을 잊고서 법계(法界)와 같아진다면,

바로 자재(自在-있는 그대로 있음,如如)를 얻은 것이니,

이것이 바로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

 

                                                                -황벽선사의 전심법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