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5. 14. 20:39ㆍ성인들 가르침/과거선사들 가르침
[전심법요] 2. 無心이 道다.
시방의 모든 부처님들께 공양 올리는 것이
無心道人 한사람에게 공양 올리는 것만 못하다.
그것은 무심한 사람에게는 일체의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진여 그대로(如如)인 몸이 안으로는 목석과 같아서 움직이거나 흔들리지 않으며,
밖으로는 허공 같아서 어디에도 막히거나 걸리지 않으며,
주관, 객관의 나뉨은 물론 일정한 방위와 처소도 없다.
후학들이 감히 겁이 나서 법에 들어오지 못하는 까닭은,
공(空)에 떨어져 쉴곳이 없을까 두려워서 인데,
이런 태도는 막상 벼랑을 보고는 물러나서 거기다가 널리 지견(知見-개념)만을 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견을 구하는 자는 쇠털처럼 많아도 정작 도를 깨친 이는 뿔과 같이 드문 것이다.
문수보살은 이치(理)에, 보현보살은 행실(行)에 해당한다.
이치란 진공(眞空)으로써 걸림없는 도리이고,
행실이란 형식을 벗어난 끝없는 실천을 말한다.
관음보살은 자비를, 세지 보살은 지혜를 상징한다.
유마는 깨끗한 이름(淨名)이란 뜻인데,
깨끗하다는 말은 성품(性)을 두고 하는 말이고,
이름은 모습(相)의 측면에서 한 말이다.
성품과 모양이 다르지 않으므로 그를 정명거사(淨名居士)라 한 것이다.
대 보살들로 상징된 위의 것들은 누구나가 다 가지고 있는 성품들로,
한마음도 잃어버린 적이 없으며, 깨치면 곧 그대로인 것이다.
그런데 지금 도를 배우는 사람들은 자기 마음에서 깨달으려 하지 않고
마음 밖의 경계(대상)인 모양에 집착하여 오히려 도를 등지고 있다.
간지스강의 모래란 것을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는데,
이 모래는 모든 불보살과 제석,범천 및 하늘 무리들이 자기를 밟고 지나간다 해도 기뻐하지 않고, 소나 양, 오줌 냄새나는 더러운 것도 싫어하지 않는다.
이런 마음이 곧 무심한 마음으로서,
모든 모양을 떠난 것이다.
중생과 부처가 서로 다를 것이 없으니,
이렇게 무심할 수 만 있다면 그것이 바로 완전한 깨달음이다.
도를 배우는 사람이 그 당장 무심한 상태가 될 수 없다면,
그 사람은 여러겁동안 수행을 해도 도를 이루지 못할 것이니,
그것은 성문, 연각, 보살의 단계적인 수행공부에 얽매여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인 것이다.
그러나 이 마음을 증득하는 데는 더디고 빠른 차이가 있다.
어떤 사람은 이 법문을 듣는 즉시 한 생각에 무심이 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10신(十信), 10주(十住),10행(十行), 10회향(十廻向)에 이르러서 무심이 되기도 하며,
어떤 사람은 10지(十地)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무심을 얻기도 한다.
그러므로 더디거나 빠르거나 무심을 얻으면 그만이지,
거기에 더 닦고 증득할 것이 없으며, 참으로 얻었다 할만 것도 없다.
그러나 진실로 허망하지는 않은 것이니,
당장 한 생각에 깨친 것과 10지를 거쳐서 깨친 것이 효용적인 면에서는 똑 같으며,
또한 깨달음상태가 더 깊다거나 얕다는 차이가 전혀 없다.
그렇지 않으면 다만 긴 세월동안 헛되이 괴로움을 받을 뿐이다.
선악(善惡-이원적 분별의식)을 짓는 것은 모두 모양에 집착하기 때문인데,
모양에 집착하여 선악을 짓게 되면, 허망하게 윤회의 고통을 받게 된다.
그러므로 그 무엇도 한마디 말에 본래의 법을 문득 스스로 깨닫는 것만 같지 못하다.
이 법 그대로가 마음이어서 마음 밖에는 아무 법도 없으며,
이 마음 그대로가 법이어서 법 밖에는 어떠한 마음도 없다.
그런데 마음 그자체(본성)는 또한 마음이라 할 것도 없고, 무심이라 할 것도 없다.
마음을 가지고 마음을 없앤다면 마음이 도리어 있게 된다.
다만 묵묵히 계합(契合)할 따름이다.
모든 생각과 이론이 끊어졌으므로 말하기를,
"언어의 길이 끊기고 마음 가는 곳이 없어졌다"고 하였다.
이 마음이 본래 청정한 부처인데
사람마다 모두 그것을 지녔으며,
꿈틀거리는 벌레까지도 불보살과 한몸으로 다를 것이 없다.
다만 망상 분별 때문에 갖가지 업과(業果)를 지을 뿐이로다.
-황벽선사의 전심법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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