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1. 20. 19:30ㆍ성인들 가르침/육조단경
1. 서언(序言)
혜능대사가 대범사 강당의 높은 법좌에 올라 마하반야바라밀법을 설하고 무상계를 주시니, 그때 법좌 아래에는 스님,비구니,도교인, 속인 등, 일만여명이 있었다.
소주자사 위거와 여러 관료 삼십여명과 유가의 선비 몇몇 사람들이 대사에게 마하반야바라밀법을 설해주기를 청하였고, 자사는 이윽고 문인 법해로 하여금 모아서 기록하게 하였으며, 후대에 널리 행하여 도를 배우는 사람들이 함께 이 종지를 이어 받아서 서로서로 전수케 한지라, 의지하여 믿을 바가 있어서 이에 받들어 이어받게 하기 위하여 이 <단경>을 설하였다.
2. 심사(尋師)
혜능대사는 말씀하셨다.
"선지식들아, 마음을 깨끗히 하여 마하반야바라밀법을 생각하라 !"
대사께서는 말씀하시지 않고 스스로 마음과 정신을 가다듬고 한참 묵묵하신 다음 이윽고 말씀하셨다.
선지식들아, 조용히 들어라.
혜능 아버지의 본관은 범양인데 좌천되어 영남의 신주백성으로 옮겨 살았고,
혜능은 어려서 일찍 아버지를 여의었다.
늙은 어머니와 외로운 아들은 남해로 옮겨와서 가난에 시달리며 장터에서 땔나무를 팔았더니라.
어느 날 한 손님이 땔나무를 샀다. 혜능을 데리고 관숙사(官宿舍)에 이르러 손님은 나무를 가져갔고, 혜능은 값을 받고서 문을 나서려 하는데, 문득 한 손님이 <금강경> 읽는 것을 보았다.
혜능은 한번 들음에 마음이 밝아져 문득 깨치고, 이내 손님에게 묻기를,
"어느 곳에서 오셨기에 이 경전을 가지고 있읍니까?" 하였다.
손님이 대답하기를
"나는 기주 황매현 동빙무산에서 오조 홍인화상을 예배하였는데, 지금 그곳에는 문인이 천명이 넘읍니다. 나는 그곳에서 오조대사가 승려와 속인들에게 다만 <금강경> 한권만 지니고 읽으면 곧 자성을 보아 바로 부처를 이루게 된다고 권하는 것을 들었읍니다." 하였다.
그말을 들은 혜능은 숙세의 업연이 있어서, 곧 어머니를 하직하고 황매의 빙무산으로 가서 오조 홍인화상을 예배하였다.
홍인화상께서 혜능에게 묻기를
"너는 어느 곳 사람인데 이 산에 까지 와서 나를 예배하며, 이제 나에게서 새삼스레 구하는 것이 무엇이냐?" 하셨다.
혜능이 대답하기를
"제자는 영남사람으로 신주의 백성입니다. 지금 짐짓 멀리서 와서 큰 스님을 예배하는 것은 다른 것을 구함이 아니옵고 오직 부처되는 법을 구할 뿐입니다" 하였다.
오조대사게서는 혜능을 꾸짓으며 말씀하시기를
"너는 영남사람이요 또한 오랑캐거니 어떻게 부처가 될 수 있단 말이냐" 하셨다.
혜능이 대답하기를
"사람에게는 남북이 있으나 부처의 성품은 남북이 없읍니다. 오랑캐의 몸은 스님과 같지 않사오나 부처의 성품에 무슨 차별이 있겠읍니까?" 하였다.
오조스님은 함께 더 이야기하시고 싶었으나, 좌우에 사람들이 둘러서 있는 것을 보시고 다시 더 말씀하시지 않으셨다.
그리고 혜능을 내 보내어 대중을 따라 일하게 하시니, 그 때 혜능은 한 행자가 이끄는 대로 방앗간으로 가서 여덟달 남짓 방아를 찧었다.
3. 명게(命偈)
오조 홍인대사게서 하루는 문인들을 다 불러오게 하셨다.
문인들이 다 모이지 말씀하셨다.
"내 너희들에게 말하나니, 세상사람들의 나고 죽는 일이 크거늘, 너희들 문인들은 종일토록 공양을 하며 다만 복밭을 구할 뿐, 나고 죽는 괴로운 바다를 벗어나려고 하지 않는다.
너희들의 자성이 미혹하다면 복의 문이 어찌 너희들을 구제할 수 있겠느냐?
너희들은 모두 방으로 돌아가 스스로 잘 살펴보아라. 지혜가 있는 자는 본래의 성품인 반야의 지혜를 스스로 써서 각기 게송 한수를 지어 나에게 가져 오너라.
내가 너희들의 게송을 보고 만약 큰 뜻을 깨친 자가 있으면 그에게 가사와 법을 부촉하여 육대의 조사가 되게 하리니, 어서 빨리 서둘도록 하라."
문인들이 처분을 받고 각기 자기 방으로 돌아와 서로 번갈아 말하기를
"우리들은 마음을 가다듬고 뜻을 써서 게송을 지어 큰스님께 모름지기 바칠 필요가 없다. 신수상좌가 법을 얻은 후에는 저절로 의지하게 될 터이니 굳이 지을 필요가 없다."하고, 모든 사람들은 생각을 쉬고 다들 감히 게송을 바치지 않았다.
그때 화공노진이 홍인대사의 방앞에 있는 삼칸의 복도에 '능가변상'과 오조대사가 가사와 법을 전수하는 그림을 그려 공양하고, 후대에 전하여 기념하고자 벽을 살펴 보고서 다음날 착수하려고 하였다.
'모든 사람들이 마음의 게송을 바치지 않는 것은 내가 교수사이기 때문이다. 내가 만약 마음의 게송을 바치지 않으면 오조스님께서 나의 마음 속의 견해가 얕고 깊음을 어찌 아시리오. 내가 마음의 게송을 오조스님께 올려 뜻을 밝혀서 법을 구함은 옳거니와, 조사의 지위를 넘봄은 옳지 않다.
도리어 범인의 마음으로 성인의 지위를 빼앗음과 같다.
그러나 만약 마음의 게송을 바치지 않으면 마침내 법을 얻지 못할 것이다.
한참을 아무리 생각하여도 참으로 어렵고 어려우며 참으로 어렵고도 어려운 일이로다. 밤이 삼경에 이르면 사람들이 보지 못하게 하고 남쪽 복도의 중간 벽 위에 마음의 게송을 지어서 써 놓고 법을 구하여야겠다.
만약 오조스님께서 게송을 보시고 이 게송이 당치 않다고 나를 찾으시면 나의 전생 업장이 두터워서 합당히 법을 얻지 못함이니, 성인의 뜻은 알기 어려우므로 내 마음을 스스로 쉬리라.'
신수상좌가 밤중에 촛불을 들고 남쪽 복도의 중간 벽 위에 게송을 지어 써 놓았으나 사람들이 아무도 알지 못하였다.
게송으로 말하였다.
몸은 보리의 나무요.
마음은 밝은 거울과 같나니
때때로 부지런히 털고 닦아서
티끌과 먼지 묻지 않게 하라.
身是菩提樹
心如明鏡帶
時時勤拂拭
莫使有塵埃
신수상좌가 이 게송을 다 써 놓고 방에 돌아와 누웠으나 아무도 본 사람이 없었다.
오조스님께서 아침에 노공봉을 불러 남쪽 복도에 '능가변상'을 그리게 하려 하시다가, 문득 이 게송을 보셨다. 다 읽고나서 공봉에게 말씀하셨다.
"홍인이 공봉에게 돈 삼만냥을 주어 멀리서 온 것을 깊이 위로하니, 변상을 그리지 않으리라. <금강경>에 말씀하시기를 무릇 모양이 있는 모든 것은 다 허망하다 하셨으니, 이 게송을 그대로 두어서 미혹한 사람들로 하여금 외게 하여, 이를 의지하여 행을 닦으면 사람들에게 큰 이익이 있을 것이니라."
이윽고 홍인대사께서 문인들을 다 불러오게 하여 게송 앞에 향을 사루게 하시니, 사람들이 들어와 보고 모두 공경하는 마음을 내므로 오조스님이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모두 이 게송을 외라. 외는 자는 바야흐로 자성을 볼 것이며, 이를 의지하여 수행하면 곧 타락하지 않으리라."
문인들이 다들 외고 모두 공경하는 마음을 내어 '훌륭하다 !'고 하였다.
오조스님이 신수상좌를 거처로 불러서 물으시되,
"네가 이 게송을 지은 것이냐? 만약 네가 지은 것이라면 마땅히 나의 법을 얻으리라" 하셨다.
신수상좌가 말하기를,
"부끄럽습니다. 실은 제가 지었읍니다만 감히 조사의 자리를 구함이 아니오니, 원하옵건대 스님께서는 자비로써 보아 주옵소서. 제자가 작은 지혜라도 있어서 큰 뜻을 알았읍니까?" 하였다.
오조께서 말씀하시길,
"네가 지은 이 게송은 소견은 당도하였으나, 다만 문앞에 이르렀을 뿐 아직 문안으로 들어오지는 못하였다.
범부들이 이 게송을 의지하여 수행하면 곧 타락하지는 않겠지만 이런 견해를 가지고는 위없는 보리를 찾는다면 결코 얻지 못할 것이다.
모름지기 문안으로 들어와야만 자기의 본성을 보느니라.
너는 우선 돌아가 며칠동안 더 생각하여 다시 한 게송을 지어서 나에게 와 보여라. 만약 문안에 들어와서 자성을 보앗다면 마땅히 가사와 법을 너에게 부촉하리라." 하였다.
신수상좌는 돌아가 며칠을 지났으나 게송을 짓지 못하였다.
5, 정게(呈偈)
한 동자가 방앗간 옆을 지나면서 이 게송을 외고 있었다.
혜능은 한번 듣고, 이 게송이 견성하지도 못하였고 큰 뜻을 알지도 못한 것임을 알았다.
혜능이 동자에게 묻기를,
"지금 외는 것은 무슨 게송인가?" 하였다. 동자가 혜능에게 대답하였다.
"너는 모르는가? 큰 스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나고 죽는 일이 크니 가사와 법을 전하고저 한다 하시고, 문인들로 하여금 각기 게송 한수씩을 지어 와서 보이라 하시고, 큰 뜻을 깨쳤으면 곧 가사와 법을 전하여 육대의 조사로 삼으리라 하였는데, 신수라고 하는 상좌가 문득 남쪽 복도 벽에 모양없는 게송 한수를 써 놓았더니, 오조스님께서 모든 문인들로 하여금 다 외게 하시고, 이 게송을 깨친 이는 곧 자기의 성품을 볼 것이니, 이 게송을 의지하여 수행하면 나고 죽음을 벗어나게 되리라고 하셨다"
혜능이 대답하기를
"나는 여기서 방아찧기를 여덟달 남짓 하였으나 아직 조사당 앞에 가 보질 못하였으니, 바라건대 그대는 나를 북쪽 복도로 인도하여 이 게송을 보고 예배하게 하여 주게. 또한 바라건대 이 게송을 외어 내생의 인연을 맺어 부처님 나라에 나기를 바라네" 하였다.
동자가 혜능을 인도하여 남쪽 복도에 이르렀다. 혜능은 곧 이 게송에 예배하였고, 글자를 알지 못하므로 어느 사람에게 읽어주기를 청하였다. 혜능이 듣고서 곧 대강의 뜻을 알았다.
혜능은 또한 한 게송을 지어, 다시 글을 쓸 줄 아는 이에게 청하여 서쪽 벽 위에 쓰게 하여 자신의 본래 마음을 나타내 보였다.
본래 마음을 모르면 법을 배워도 이익이 없으니, 마음을 알아 자성을 보아야만 곧 큰 뜻을 깨닫느니라.
혜능은 게송으로 말하였다.
보리는 본래 나무가 없고
밝은 거울 도한 받침대 없네.
부처의 성품은 항상 깨끗하거니
어느 곳에 티끌과 먼지 있으리오.
菩提本無樹
明鏡亦無臺
佛性常淸淨
何處有塵埃
또 게송에서 말하였다.
마음은 보리의 나무요.
몸은 밝은 거울의 받침대라
밝은 거울 본래 깨끗하거니
어느 곳에 티끌과 먼지에 물들리오.
心是菩提樹
身爲明鏡臺
明鏡本淸淨
何處染塵埃
절안의 대중들이 혜능이 지은 게송을 보고 다들 괴이하게 여기므로, 혜능은 방앗간으로 돌아갔다.
오조스님이 문득 혜능의 게송을 보시고, 곧 뜻을 알았으나, 여러사람들이 알까 두려워 하시어 대중에게 말씀하기를 "이도 또한 아니로다 !" 하셨느니라.
-돈황본 육조 단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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