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경 34장, 도는 스스로 위대하다고 말하지 않소.

2008. 8. 2. 20:32성인들 가르침/노자도덕경

 

 

[원 문]

 

大道氾兮 其可左右

대도범혜    기가좌우

 

萬物恃之而生而不辭

만물시지이생이불사

 

功成不名有

공성불명유

 

衣養萬物而不爲主

의양만물이불위주

 

常無欲 可名於小

상무욕      가명어소

 

萬物歸焉而不爲主 可名爲大

만물귀언이불위주           가명위대

 

以其終不自爲大 故能成其大

이기종부자위대           고능성기대

 

[ 해 석 ]

 

大道는 두루하게 펼쳐져

좌우 어디든 이를 수 있소. 

 

만물이 그것에 의지해서 생겨나지만, 

도는 아무 말없이 묵묵하게 있을 뿐이오.

 

功을 이루지만,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고 있으며,

만물을 보살피고 길러주지만, 주인 행세는 하지 않소.

 

항상 (무엇인가를) 하려고 바라지 않기 때문에

가히 미세하게 작은 존재라고 부를 수도 있겠소만,

 

세상만물을 떠받치고 있으면서도 주인 행세는 하지 않으니,

가히 무한하게 큰 작용이라고 부를 수도 있소이다.

 

끝까지 스스로를 위대하다고 여기지 않기 때문에,

그러므로 능히 갖출수 있는 것이 바로 그 위대함인 것이외다.

 

 

[해 설]

 

이번 34장은 도의 무위자연적인 행이 바로 위대함이라는 내용입니다.

도는 만물을 나고 기르며 보살피지만, 스스로 드러내지 않고, 자랑도 하지 않으며, 주인 노릇을 하지 않으므로 위대하다는 내용입니다.

이장은 곽점본에는 없으며, 백서본과 왕필본에만 있는데,

백서본과 왕필본의 차이는 왕필본에서 한문장이 추가 삽입되어 있고, 글자가 몇개가 다르지만,

전체 문맥상 의미적으로 별로 차이가 많이 나지 않아서, 왕필본 원문을 그대로 번역했읍니다. 

 

大道氾兮 其可左右

대도범혜     기가좌우

氾 ; 넘치다,넓다,두루하다,널리. 兮; 어조사, 可 ;옳다,허락하다,가히

大道氾兮 ; 큰도는 두루하게 퍼져 있어서

其可左右 ; 좌우 어디든 이를 수가 있다.

 

道는 모든 것의 바탕이므로 전체에 골고루 편재해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왼쪽이든 바른쪽이든 어디든지 도의 영향이 없는 데가 없다는 것이죠.

左右라는 것은 전체 八方(좌우상하 전후)을 간단하게 左右라고 표현한 것입니다.

우주 현상세계 전체가 바로 도의 나타남 그자체입니다.

그러나 현상세계의 각종 경계,모양,색갈,성질등의 개별적 특성은 의식이 만든 그림자일 뿐이죠. 도란 모든 경계와 특성과 이름을 지워버린 일체가 하나가 된 것을 도라고 하는 것이죠.

도와 현상세계가 각각 별도로 따로 분리된 것이 아니고, 현상은 절대 도의 상대적인 나타남이므로, 도의 본체입장에서는 절대본체와 현상은 동일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읍니다. 

 

萬物恃之而生而不辭

만물시지이생이불사

恃;믿다,의지하다,자부하다,어머니. 辭;말하다,알리다.

萬物恃之而生而不辭 ; 그것에 의지하여 만물이 생겨나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도가 온갖 만물을 유지하고 거기서 생겨나지만, 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무심하다는 것이죠.

말하자면 모든 만물을 나아주고,길러주고 보살펴주지만 자랑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문장은 백서본에는 없는 것인데, 왕필본에서 추가로 삽입한 문장입니다.

전체 문맥으로 보아서 의미전달상 불필요하게 중복된 문장 같읍니다.

 

功成不名有

공성불명유

功; 공,보람,업적,成; 이루다.

功成不名有 ; 공을 이루지만 이름없이 있으며

 

온갖 만물을 길러주고 생장시켜주는 功을 이룩하지만,

스스로는 이름도 없이 숨어서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도의 드러남 자체가 바로 현상세계 그 자체이며, 도 본체는 드러나지 않는 것이죠.

도의 본체는 이름을 부를 수가 없고, 이름을 불렀다 하면 그것은 도의 개념적인 의미를 말하는 것이지, 도의 본체자체는 어떤 표현으로도 표현할 수가 없읍니다.

도를 도라고 부르면 이미 그 도자체가 아니라는 문장이 제1장 맨첫줄에 나와있죠.

 

衣養萬物而不爲主

의양만물이불위주

衣;입히다,행하다. 養;낳아서 기르다.

衣養萬物而不爲主 ; 만물을 보살펴주고 길러주지만, 주인노릇을 하지 않는다.

 

衣라는 것은 '입혀준다'는 말이므로, 여기서는 "보살펴준다"는 뜻입니다.

만물을 보살피고 길러주지만, 스스로 나타나지 않으므로 주인노릇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주인 행세를 하지 않는 다는 것은 바로 "내가 무엇을 해야 한다"는 "행위자 관념"이 없다는 뜻입니다.

의지를 가지고 있는 "나라는 정체성"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 세상 만물은 모두가 도 안에서 생겨나서,그것에 의해 자라다가, 그것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만물의 주인이지만, 자기를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이죠.

 

常無欲 可名於小

상무욕      가명어소

常, 언제나,항상, 欲: 하고자 하다,바라다, 於; 따르다,있다.존재하다.어조사

常無欲 ; 항상 무엇인가 하고자 하는 바가  없으므로

可名於小 ; 미세하게 작은 존재라고 부를 수도 있다.

 

欲이라는 것은 욕망이라는 뜻이라기보다,

억지로 무엇을 한다는  "有爲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無欲"이란 "無爲行"을 말하는 것이죠.

즉 무엇인가를 하려고 하는 의지나 바라는 바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도덕경 전체에서 말하는 "無爲行"입니다.

항상 무엇인가를 하려고 하는 有爲的인 것이 없기 때문에,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미세하게 <작은 것>이라고 부를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도인은 모든 행위를 저절로 하는 것이지, 어떤 의도적인 의지를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즉 "행위자"관념이 사라진 "무위적인 행"을 말합니다.

깨달음이라는 것은 바로 개인성인 "나"가 사라져서, "자기가 "행위자"라는 관념이 사라진 상태가 되는 것을 말합니다.

보통 높은 스승들이 수행이 무르익은 최상승근기의 수행제자에게

"수행도 집어 치우고,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라고 충고합니다만,

그 높은 근기의 수행자라도 이 스승의 말을 제대로 알아들어서 수용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드물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스승의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속뜻은 꼼짝말고 방에 가만히 앉아만 있으라는 말이 아니라, " 내가 행위자라는 관념을 없애라"라는 뜻이지, 말 그대로 가만히 몸을 움직이지 말라는 뜻이 아닙니다.

이런 경우는 모든 일상생활을 평범하게  하고, 오히려 수행을 그만둔 상태에서 "내가 무엇인가를 한다"는 의지를 가지지 말고, 모든일을 있는 그대로 하되, 아무런 주인공의식 없이 무위적으로 하라는 것이죠.

자기가 무엇인가 한다든가,무엇을 성취한다는 생각이 없어야 무위적인 행이 되는 것입니다.

"나라는 관념"이 사라져야지, "행위자 의식"도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가장 최상승의 수행단계이며, 마지막에 통과해야 할 관문입니다.

"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있으라는 것입니다.

 

萬物歸焉而不爲主 可名爲大

만물귀언이불위주           가명위대

歸;돌아오다,맡기다.따르다. 焉;이에, ~하여도.

萬物歸焉而不爲主 ; 만물을 떠 맡고 있지만, 주인 노릇을 하지 않으니,

可名爲大 ; 무한하게 큰 작용이라고 부를 수가 있다.

 

만물이 귀의한다는 의미보다는, 만물을 떠 맡고 있다는 뜻이 더 적절합니다.

만물을 떠 맡고 있지만 주인노릇을 하지 않는 것은 가히 무한하게 큰 작용이라는 것이죠.

"나라는 에고"가 없으니, 모든 만물 전체가 "나"이므로 <크다>는 것입니다.

자기를 드러내지 않고도 저절로 만물을 나고 길러주는 것이 도의 무한한 작용이라고 부를수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도의 무위적인 자연 작용이 가장 큰 작용이라는 것입니다.

 

以其終不自爲大 故能成其大

이기종부자위대           고능성기대

以;~때문에,~으로써,~까지 終; 마치다,끝내다. 能 ; 능히

以其終不自爲大 ; 끝까지 스스로 위대하다고 여기지 않기 때문에

故能成其大 ; 그러므로 쉽게 갖출수 있는 것이 바로 그 위대함인 것이다.

 

끝까지 스스로는 위대하다고 드러내지 않으므로, 저절로 위대함이 갖추어진다는 것이죠.

즉 자기를 내세우거나, 자랑하지 않으므로 ,그 자체가 위대한 작용이라는 뜻입니다.

자연 그대로 무위적으로 행함이 도의 위대한 작용이라는 것이죠.

"나"라는 어떤 개체의지가 없기 때문에 도는 전체에 두루하게 편재해 있는 것이고,스스로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저절로 전체적인 무위작용이 크게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가장 큰 도란 바로 이러한 무위이며, 

개체에고성이 사라진 자연적인 주시상태가 되는 것을 말합니다.

감사합니다.           - 무한진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