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또한 지나 가리라.

2008. 7. 9. 22:30무한진인/나는 누구인가


 

어느 옛날 페르시아 왕이 신하들에게

마음이 슬플 때는 기쁘게

기쁠 때는 슬프게 만드는 물건을

가져 올 것을 명령했다.

 

신하들은 밤새 모여 앉아 토론한 끝에

마침내 반지 하나를 왕에게 바쳤다.

 

왕은 반지에 적힌 글귀를 읽고는

크게 웃음을 터트리며 만족해 했다.

반지에는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이것 또한 지나 가리라>

 

슬픔이 그대의 삶으로 밀려와 마음을 흔들고

소중한 것들을 쓸어가 버릴 때면

그대 가슴에 대고 다만 말하라.

<이것 또한 지나 가리라>

 

행운이 그대에게 미소짓고 기쁨과 환희로 가득 찰때

근심없는 날들이 스쳐갈 때면

세속적인 것들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이진실을 조용히 가슴에 새겨두라.

<이것 또한 지나 가리라>

 

                          -랜터 윌슨 스미스-

 

---------------

 

200X년 7월말 복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 여름날 오후,

서울 왕십리 시장 근처의 어느 골목에서 있었던 일,

 

맹구도인의 집에서 기르던

잡종견(똥깨)인 땡칠이가 옆집 발바리 촛실이가 보고 싶어서

집밖의 골목으로 잠간 나와서  촛실네집 대문을 엿보고 있는데,

갑자기 들이닥친  개도둑에게 아무도 모르게 잡혀 버렸다.

 

완전히 사방이 막힌 상자 속에 순식간에 쳐 박흰 채

오토바이 뒤에 실려서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땡칠이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컴컴한 상자 속에는

땡칠이뿐 아니라,

세마리의 다른 개들이 더 있었다.

그들은 공포에 질려서  끙끙거리며 울고 있었다.

 

그순간 땡칠이는

"아!  올것이 왔구나,

결국은 보신탕감으로 사라지는구나"

하는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한편으론

주인인 맹구도인이 가끔씩 귀에다 대고

자주 들려 주던 이야기인

"모든 경험하는 것은 지나갈 뿐인 게야,

슬프고 억울한 일이 있을 때마다 항상

<이것 또한 지나 가리라> 이렇게 생각하라구"

라는 가르침이 언뜻 생각났다.

 

그래서 땡칠이는

비록 중복의 보신탕감으로 잡혀가는 몸이지만

"이것 또한 지나 가리라"라는

맹구도인의 가르침을 되새기니

마음이 좀 느긋해 졌다.

 

그래서 옆에서 벌벌 떨며 울고 있는

누렁이 잡종에게 느긋하게 웃으며 말했다.

" 야, 너무 겁내지 마, 다 지나가는 일야, 안심해-"

하고  위로해 주었다.

 

그러니깐

그 누렁이 잡종이 하는 말이

"야-임마, 지나가는 걸 아는 놈이 누구냐?

보신탕 속에 들어 가서도 그런 말 할수 있냐?"

 

그애기를 듣자, 땡칠이는 순간

"아차 실수했구나, 맹구도인이 가르쳐 주는대로

내가 누군지 미리 알아 놓아야 하는 건데!!"

 

땡칠이,

보신탕집에 끌려 가면서 생각한다.

<이것 또한 지나 가리라>

 

< 그런데 지나 간다는 것을 아는 그것은 죽는 것,보신탕 속에 들어 것과는 상관이 없다고

분명히 맹구도인이 말해 주었는데,

 그것이 무언가?>

 

"아-하, 또 빗나 갔구나, 지나쳐 버렸어!

에-라 모르겠다, 다음 생에 다시 보자, 쯔-발-"

 

<이것 또한 지나 가리라>

 


'무한진인 > 나는 누구인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에게 몸이 없으면 ?  (0) 2008.07.09
나 ???  (0) 2008.07.09
바로 이런 사람 !  (0) 2008.07.09
이보시오, 시원한 옹달샘물 한그릇 마시고 가소  (0) 2008.07.09
무심으로 가는 이정표  (0) 2008.07.09